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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의 맞은편 / 이상림(지구) 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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당신의 맞은편 / 이상림(지구)

시, 산문

-





글 이상림, 사진 추성일, 이상림

312쪽

발행인 이상림(지구)

127*188*17

ISBN 979-11-962644-0-6 (03810)








책 소개

책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계절의 운행을 따라갑니다. 초반엔 꽃이 피고 막바지엔 눈이 옵니다. 총 83편의 시와 20편의 산문을 실었습니다. 운문과 산문의 경계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.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은 실제보다 선선하게, 더 따뜻하게 그려냈기에 읽는 중에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.  

사랑에 대한 글이 많이 있고, 그만큼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책입니다. 수많은 당신이 등장하는데 그 당신은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, 연인일 수도 있고 놓쳐버린 사랑이거나 가족일 수도 있습니다. 그러니 짧게 지나가는 봄과 가을 같은 글을 더 조심하세요. 봄, 가을엔 마음이 쉽게 휘청거립니다. 

날씨처럼 모든 것은 예측이 어렵습니다. 어떤 글이 당신에게 볕이 될지, 혹인 비가 될지, 스스로가 찾아가 주시길 바랍니다. 바라기는 사막이 존재하지 않기를 원하고, 한 번쯤은 태풍이 불어 정신을 못 차리신다면 좋겠습니다.




지은이

글 이상림

사람의 얼굴을 오래 기억한다. 누군가 떠오르면 연락을 하기보다 그리워하는 편이라 우는 표정에 익숙하다. 웃음을 그려 넣고 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.


사진 추성일

여행과 사진을 좋아하는 건축학도. 몇 년 전 우연히 제주도에서  DSLR에 빠져 여행 중 사진을 배우게 되었다. 다양한 장소에서의 추억을 감각적으로 기록하여 여행을 함께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. 건축학도답게 일상에서도 이벤트적인 공간을 찾아내고자 하는 탐미주의 청년이다. 인스타그램(@arch_oo)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캐논 블로그 포토콘서트 123회를 전시했다.





차례

앞뒤를 재고 온 사랑을 

당신은 믿나요?


우리 사이에 순서는

두지 말기로 해요


중요한 건 언제나 

갑작스레 다가오는 거래요





본문 중에서


꽃다발을 안겨주니

너는 한껏 아름다웠다

역시 비슷한 것끼린 어울리는구나

-「유유상종」부분


전해 들은 대답은, “너는 어제 혼자였잖아”

냉정함과 끝까지 맞서는 남자는

아니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


‘나는 항상 혼자였거든’


사물과 사람에 대해

외로운 것과 외로워지는 것 중에

무엇이 더 기쁨에 가까울까

희박한 행복의 여지를 숙고해본다

-「아침」부분


내가 말했다


옆에 꽃집이 있어요

그러니 천천히 와요

당신을 구경하고 있을게요

-「호수공원」부분



저는 지금 소나기를 보고 있어요

평상시라면 아무렇지 않을 일들에

생사를 오가는 날도 있지요

언제나 당신을 생각하는 날

라면 물을 잘못 맞춰 싱거운 일도

이유는 당신입니다


이미 마음을 여러 차례 다쳤음에도

덜 아프게 꿰매는 일을 할 줄 몰라요

알 수 없는 일들이 많아질수록

이유는 선명하게 반짝입니다 

-「선인장이 유행합니다」부분


어쩜, 사진 찍을 줄도 아신다. 아니면 이렇게 될 줄을 미리 알고 계셨던 걸까. 얇은 사진 안에 겨우 살아계신 할머니는 사진 밖에 있는 나와 할아버지를 보고 계신다. 꼭 같이 웃자고 하시는 것 같다. 

종종 어른이 된다는 건 지혜와 이해의 성숙을 빌미로 사람을 버겁거나 슬프게 한다. 할아버지는 자꾸만 사진 좀 치우라신다. 아직 덜 자란 나는 세 번 만에 그 말뜻을 이해했다. 할아버지는 정말이지 함께 웃고 싶으셔 이러시는 게 분명하다. 사진 속 나와 할머니는 웃고 있는데, 마주한 나와 할아버지는 그때와 달라서 슬프다.

-「시차 적응」부분


네가 내 볼에 발색을 확인하는 동안

나는 너의 진실함을 본다

‘건전하게 당신을 들이마셔도 괜찮을까요’

당신은 독이 든 사람인가 아닌가

창밖에선 노을이 짙어져 간다

-「미술관, 아파트, 전자레인지」부분











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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